
절창: 예리한 날에 베인 상처
상처를 만지면 상처입은 사람의 기억, 생각, 감정을 읽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 등장한다. ‘우리 인간들은 필연적으로 상처입고 살아가고 그 상처를 서로 이해함으로써 사랑하고 살아가고 공존해나간다’라는 메세지가 가장 크게 다가왔다. 좀 더 철학적인 포인트가 많은 듯 하지만 난 그렇게 오독했다. 서로를 이해하는 매개체가 상처라는 컨셉은 그들의 삐뚤어진, 서툰 사랑이 결국 새드엔딩으로 끝날 것이란걸 암시해준 것 같다
죽음 앞에 다달아서야 서로를 읽게 된 결말은 여운이 오래 간다
잘 읽히는 부분이 반. 나머지 반은 표현력이 굉장히 풍부하달까, 버거울 정도였다. 난 직관적인 표현을 선호한다. 스토리보다 그 단어에 꽂혀 읽는 동안 피로한 감이 있었다. 작가 인터뷰가 실린 기사를 보다가 이런 문체를 ‘만연체’라고 한다는걸 알게 되었다. 인터뷰를 읽고 나를 힘들게 한 그녀의 글을 이해하게 됐다. 그리고 다시 책을 넘기는데 한 페이지에 '오래 음미하고 싶은 문장이 많다'라고 써둔걸 보니 아마 작가의 어려운 표현력이 내 승부욕을 건든 것 같다
인상깊었던 인터뷰 내용
그는 권말에 인용 구절의 출전을 소상히 밝히면서도 정작 '작가의 말'은 쓰지 않았다. "장편소설에서 마침표를 찍은 뒤 작가의 말이 튀어나오면, 여운에 잠길 틈 없이 독자들을 책 속에서 서둘러 끌어내고 셔터를 내리는 것 같다"는 이유에서다. 그는 "나는 허구에 투신한 인간이고, 가능한 한 허구로만 다가가기를 원한다"고 강조했다.
구병모의 지문(指紋)이나 마찬가지인 만연체 문장은 여전하다. 적절히 쉼표를 찍어 리듬을 살리고, '귀살쩍다'나 '염오', '혼몽' 같은 잘 쓰지 않아 사실상 죽은 단어들도 갖다 썼다. 그는 "충분히 오랜 시간 고민하면서 한 어절, 또 한 어절을 이어 붙인다"며 "(어떤 목적이 있다기보다) 그냥 이게 나라서 그렇다"고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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